유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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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를 통한 유전학 연구는 현대 유전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유전학(영어: Genetics)은 생물체유전형질(어떤 한 생물체의 특성)의 다양성유전자에 대해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이다. 특정한 형질을 가진 생물체를 인위적으로 수정시킨 다음, 여기서 나온 후손들의 형질을 분석해 보는 방식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즉, 유전학은 간단히 말해 어떤 방식으로 부모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지는지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유전학은 생물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로서, 진화가 일어나는 기본적 규칙을 제공한다.

유전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부모는 자신과 상당히 닮은 자식을 낳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선사시대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좋은 품종의 곡식 씨앗이나 가축 종자를 선별하여 자손을 남기게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곡물과 가축의 품종을 개량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선발 육종(selective breeding), 또는 선택 교번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말하는 현대적 의미의 유전학은 19세기 중반의 그레고르 멘델이 창시한 것이다. 멘델은 유전의 물리적 실체(유전자)의 존재를 확인하지는 못하였지만, 유전이 일어나는 기본적인 규칙(멘델의 법칙)을 발견하는 큰 공로를 세웠다.

DNA

생명체들은 수백만 개의 작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세포 안에는 DNA라는 복잡한 분자가 들어있다.[1] DNA는 생명체의 특징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분자로서, 머리카락의 색깔, 눈의 색깔, 키 등의 유전적 특성을 결정한다.

같은 생명체 안에 있는 세포들에는 동일한 DNA 분자가 들어있다. 즉, 간세포든 뇌세포든 그 근원이 되는 DNA는 같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우리 몸이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들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은, 필요 없는 부분의 DNA는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간세포에서는 간세포에 관련된 부분의 DNA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뇌세포와 관련된 부분의 DNA는 기능을 하지 않는다. 생물체의 성장에도 마찬가지 방식이 적용된다. 그래서 사춘기에는 사춘기에 관련된 DNA가 발현되어 여드름이 생기고 2차 성징이 나타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생물체는 한 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아버지로부터, 하나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2] 한 유전적 형질에 관련된 여러 종류의 유전자들을 대립 유전자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갈색 눈을 만드는 유전자와 푸른색 눈을 만드는 유전자는 서로의 대립 유전자이다.

생물체는 한 쌍의 염색체를 가지므로 두 개의 다른 대립유전자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A와 a 라는 두 종류의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때, A만 발현되고 a는 발현되지 않는다면 “A는 대립유전자 a에 대해 우성이다.” 또는 “a는 대립유전자 A에 대해 열성이다.”라고 한다. 이와 달리 두 대립유전자가 동시에 발현되는 경우는 공우성(co-dominant)이라고 한다.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특징들은 하나 이상의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유전자는 둘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게 보통인데, 이는 조직의 종류에 따라 유전자가 다른 방식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의 유전자가 둘 이상의 기능을 결정하는 것을 다면발현이라 한다. 유전자의 종류는 유전형이라 하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특징을 표현형이라 한다. 이는 유전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용어들이다.

유전학 연구

돌연변이

DNA 복제과정에서 가끔씩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류를 돌연변이라고 하는데, 돌연변이는 생물체의 유전형에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생물체의 생존능력과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쳐 “영 좋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간에게서 돌연변이는 10만 내지 100만개의 염기서열 당 하나의 비율로 일어나는, 대단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DNA 중합효소의 “교정”(proofreading) 능력 덕분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경우 돌연변이의 발생비율이 천 배나 높은데, 이는 바이러스가 교정능력이 떨어지는 DNA 또는 RNA 중합효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돌연변이의 발생비율을 높이는 화학 물질을 “돌연변이 유발물질”이라고 한다. 이 물질들은 대개 염기쌍의 구조를 조금 바꿔 돌연변이가 유발되기 쉽도록 만드는데, 이와 달리 자외선은 DNA 구조 자체에 손상을 입혀 돌연변이를 유발시킨다. 이처럼 몇몇 종류의 화합물과 자외선 등이 돌연변이를 자연적으로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DNA 수선작용에 의해 원래 상태로 고쳐지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재수 없으면 암에 걸릴 수도…….

교차(crossover)라는 과정을 통해 DNA를 교환하고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생물체에서는 감수분열과정에서 염색체의 배열이 잘못되어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교차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런 오류는 짝을 이루는 염색체에 비슷한 염기서열배열이 존재할 때 특히 발생하기 쉽다. 이로 인해 염색체 중복, 결실, 역위, 전좌 등의 DNA 염기서열 배열상의 변화가 유발되며, 이 경우엔 상당히 많은 부분의 염색체가 변이되므로 다른 단순한 유전자 돌연변이보다 훨씬 더 개체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3]

푸넷 사각형

푸넷[4]이라는 사람이 만든 “푸넷 사각형”은 부모의 유전형을 알고 있을 때 자손에게서 특정 유전형이 나타날 확률을 계산할 때 요긴하게 이용된다.

대충 이런 것이다.

모계(母)
B b
부계(父) B BB Bb
b Bb bb

여기서 B는 검정색 머리카락을 나타내는 대립유전자, b는 금발을 나타내는 대립유전자이다. 이 푸넷 사각형을 보면 Bb의 유전자를 가진 두 부모가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의 유전자형은 bb가 될 확률이 25%(넷 중 하나이므로), Bb가 될 확률이 50%(넷 중 둘이므로), BB가 될 확률이 25%임을 알 수 있다. 유전자형이 BB 또는 Bb인 경우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갖게 되며, bb인 경우에는 금발을 갖게 되므로(B는 b에 대해 우성이다.) 이 경우 자손이 검은 머리카락을 갖게 될 확률은 75%, 금발을 갖게 될 확률은 25%이다. 참 쉽죠?

가계도 조사

유전학자들은 한 가문의 가계도를 조사함으로서 유전적 특성이 어떻게 자손에게 전해지는지 연구하기도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특정한 유전병이 미래의 자손들에게 일어날 확률을 계산할 수도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가계에서 발생한 혈우병에 대한 가계도 조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쌍생아 연구

매우 안타깝게도 인간은 실험을 목적으로 키울 수 없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유전 연구는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는 쌍둥이를 연구하는 것이다.

일란성 쌍생아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복제인간이다. 그래서 이들을 연구하면 인간의 특성이 얼마나 많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지 알 수 있다. 대충 이런 식이다.

  • 눈 색깔 -> 일란성 쌍둥이는 100% 일치한다. -> 눈 색깔은 100% 유전에 의해 결정됨
  • , 몸무게 -> 일란성 쌍둥이는 대체로 비슷하다. -> 키나 몸무게는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 구사하는 언어 -> 쌍둥이 여부와 상관없음 -> 구사하는 언어는 100% 환경에 의해 결정됨

구체적인 연구 방법은 이렇다. 먼저 일란성 쌍둥이 그룹(유전자 완벽일치)과 이란성 쌍둥이 그룹(유전자 다름)으로 나눈다. 그리고 두 그룹에서 쌍둥이 간에 특징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표준편차같은 통계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두 그룹사이의 일치율 차이를 조사한다. 두 그룹사이의 A라는 특성에 대한 일치율이 별반 다르지 않다면 이는 그 특성이 환경적 요인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이며, 일란성 쌍둥이의 일치율이 이란성 쌍둥이의 일치율보다 훨씬 더 높다면 이는 그 특성이 유전적 용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간의 일치율이 100%인 경우엔 그 특성이 100% 유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주석

  1. ^ 적혈구같은 몇몇 특수한 세포들은 DNA를 가지고 있지 않기도 한다. 적혈구의 경우엔 혈액으로 들어가기 전에 을 포함한 여러 세포소기관들이 안에서 빠져나간다.
  2. ^ 세균 등은 무성생식을 하므로 염색체가 쌍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몇몇 종류의 식물들은 염색체가 2쌍 이상이 존재하기도 하며, 인간의 Y 염색체처럼 부모 중 한 쪽(아버지)에서만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3. ^ 고등학교과정에서 많이 다뤄지는 염색체 돌연변이의 예로는 다운증후군(21번 염색체가 정상인보다 하나 더 많음), 클라인펠터 증후군(XXY 성염색체를 가짐), 터너 증후군(X 성염색체 하나만 가짐) 등이 있다.
  4. ^ Regimald Punnett. 영국 유전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