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성격설

누리위키, 온 누리의 백과사전
혈액형 성격설의 예

혈액형 성격설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유사과학의 일종이다.

정체[편집]

A pseudoscientific belief exists in Japan and South Korea, that a person's blood group system is predictive of a person's personality, temperament, and compatibility with others.

일본과 한국에 존재하는 유사과학적 믿음으로, 한 사람의 혈액형으로 그의 성격, 기질, 다른 사람과의 궁합을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

위키피디아 영어판의 혈액형 성격설(Blood type personality theory) 문서

영어판 위키피디아에서는 혈액형 성격설을 일본과 한국에 존재하는 유사과학적 믿음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혈액형 성격설은 과학적 가설이 아닌 유사과학 또는 도시전설로 분류되어야 마땅한 것이며, 혈액형 성격설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국가는 일본한국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본인의 혈액형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오히려 자신의 혈액형을 알고 있는 사람을 신기하게 생각한다. 애초에 혈액형은 수혈할 때에나 필요한 것인데, 수혈하기 전에 어차피 정밀한 혈액형 검사를 하게 되어 있으므로 일반인들은 자신의 혈액형을 굳이 알고 있을 필요가 없다.

이제는 혈액형 성격설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까지도 혈액형 성격설은 대화 주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혈액형 성격설이 가짜인 것을 알면서도 대화를 위해 이것을 믿는 척 하는 사람도 많다. 여기서 다른 사람이 혈액형과 성격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논리적으로 지적하여도, “어차피 재미로 하는 건데 왜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따지냐”며 오히려 거꾸로 지적한 사람을 나무라기도 한다. 하지만 혈액형 성격설은 타로나 별자리 점과 달리 재미로 얘기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그 이유는 다음 문단 참고.

역사[편집]

우생학적, 인종차별적 유래[편집]

혈액형 성격설은 나치 독일의 인종차별 합리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역사가 무척 오래된 유사과학으로서, 그 시작은 무려 1910년 독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혈액형 성격설은 아돌프 히틀러우생학 연구의 한 부분으로 탄생하였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에밀 폰 둥게른(Emile von Dungern) 박사는 <혈액형의 인류학>이라는 논문에서 유럽에 많은 A형 혈액형이 아시아, 아프리카에 많은 B형에 비하여 더 우수하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다른 민족에 비하여 A형 혈액형의 비율이 높은 게르만 족은 다른 민족들보다 우월하며 이는 게르만 족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지배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된다.

나치 독일에서 시작된 혈액형 성격설은 1920년대 일본 제국으로 흘러들어가서, 일제의 한반도 지배 합리화에도 악용되었다. 일제는 한국인에 비해 일본인의 A형 비율이 더 높으므로, 우월한 일본인이 한국인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B형이 열등하고 A형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초기의 혈액형 성격설의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B형은 유난히 다른 혈액형에 비하여 성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유행[편집]

혈액형 성격설은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의 인종 차별주의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하였다가 금방 묻혀버린 이론이다.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이 유사과학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일본의 방송작가 노미 마사히코의 공이 크다. 과학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삶을 살아온 방송작가 노미 마사히코는 1971년에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상성 (血液型でわかる相性)>이라는 책을 출판, 이것이 큰 히트를 치면서 우생학 이론이었던 혈액형 성격설은 현재의 형태로 부활하게 되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비슷한 종류의 유사과학 도서가 쏟아져 나오게 되었으며, 잘못된 정보를 계속적으로 접하게 된 일본인들은 이것이 사실인 양 믿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유행[편집]

영화 <B형 남자친구>(2005)는 국내에서의 혈액형 성격설 유행에 불을 지폈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혈액형 성격설은 1990년대에 여성 잡지 등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일본의 혈액형 성격설 관련 도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기도 하였다. 혈액형 성격설 초기였던 1990년대에는 아이들을 위한 과학도서만화 시리즈 중에 혈액형 성격설을 다룬 책이 있었을 정도였다. 즉, 이 당시에 혈액형 성격설은 별자리점이나 타로 같은 것처럼 재미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진지한 과학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90년대에 초등학생들 사이에는 혈액형이 다른 사람끼리는 물병도 같이 돌려쓰지 않았다. 혈액형이 다른 사람과는 이 섞이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2005년에는 이동건 주연의 로맨스 영화 <B형 남자친구>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혈액형 성격설 유행에 불을 지폈다. A형 여자친구와 B형 남자친구의 로맨스를 다룬 이 영화에서 A형은 소심한 성격으로, B형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것으로 묘사하였다. 그 결과, 혈액형별 사랑법 같은 자료가 인터넷을 통해 번져나가는 등 혈액형 성격설을 주제로 하는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소비되었다. 특히 영화에서 나쁘게 묘사된 B형 남자를 실제 연애에서도 꺼리는 혈액형 차별현상까지도 벌어졌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SNS인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프로필에 자신의 혈액형을 적는 란을 만드는 등 혈액형 성격설의 근원지 역할을 했다. 2011년에는 네이버 웹툰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이 연재되면서 혈액형 성격설에 다시 불을 붙였다.

2010년대 후반 들어서 혈액형 성격설의 유사과학적 정체가 드러나면서 인기가 한풀 꺾였다. 일단 방송이나 대중매체에서 대놓고 소재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대중들은 혈액형 성격설이 제대로 된 과학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 있다는 착각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년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서 한국인의 58%은 혈액형에 따라 성격 차이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2012년의 조사결과에 비해서는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비율이 9%가량 줄어든 결과라는 점이다.[1]

주석[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