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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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으로 본 대장 내부. 숙변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숙변(한자: 宿便)이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대장 속에 오랫동안 묵혀 있는 대변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딴 거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수많은 종류의 유사과학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숙변은 아예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유사과학을 넘어선 유사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숙변 이론을 한의학 이론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한의학에서도 숙변이라는 건 없는 표현이다. 숙변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하던 유사 과학자 니시 가츠초(西勝造)가 만들어낸 개념이고, 이것이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이다.

개요[편집]

숙변을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대장의 주름 사이에 미처 배출되지 못하고 남은 찌꺼기들이 붙어서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숙변이 대장에 남아 있으면 독소가 나와서 이것이 만병의 근원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장은 끊임없이 연동운동을 하고 있으며 장 상피 세포가 수시로 교체되며, 미끈거리는 점막으로 덮여 있으므로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그냥 대장 내시경만 해 보아도 숙변이란 건 없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숙변은 의학계는 물론이고 한의학계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개념이다.

업체 측에서는 숙변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숙변 제거제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숙변 제거제의 성분은 주로 식이섬유이다. 식이섬유는 수분을 흡수하여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무엇보다도 변의 양이 늘어나게 만들어 주므로 숙변이 배출된 것 같은 착시효과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결론은 그냥 대변일 뿐이다.

단식과 숙변[편집]

애초에 숙변이라는 개념이 나온 것은 단식원에서 단식을 할 때 질척거리고 검은 색을 띠는 변이 나오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분명히 며칠 동안 먹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변이 나오는 것은 대장에 오랫동안 끼어 있던 숙변이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변의 성분에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장균 사체와 탈락된 장 상피세포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먹은 것이 없어도 대변은 계속 나올 수 있다. 이 때 일반적인 변보다 더 질척거리고 검은색을 띠는 변이 나올 수 있는데, 결국 이것도 대변의 일종일 뿐이다.

숙변 제거제의 효능[편집]

숙변 제거제가 다른 유사과학 제품들과 다른 점은, 실제로 장 건강에 도움이 되긴 된다는 것이다. 숙변 제거제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변비 치료제이다. 20-30대 여성의 경우 좋지 못한 생활습관 등으로 변비를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식이섬유가 풍부한 숙변 제거제를 먹으면 대장의 활동을 증가시켜서 변비 치료에 도움이 된다. 평소 변비가 심했던 사람이라면 체중이 줄어들고 배가 들어가는 효과까지도 볼 수 있다. 다만, 숙변 치료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숙변’이라는 있지도 않은 개념을 가져다 붙여서 일반 변비 치료제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변비 때문에 숙변 제거제를 먹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규칙적이고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애초에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비는 변비 치료제로 얼마든지 치료 가능하다. 또한, 변비가 있다고 해서 여기서 무슨 독소가 나와서 건강을 해치고 이런 일은 없으니까 안심해도 된다.

관장[편집]

숙변제거제가 그나마 건강에 유익한 방법인 반면에, 숙변을 위해 주기적으로 관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장 건강에 매우 해로운 방법이다. 이렇게 장세척을 자주 하게 되면 장 표면에 상처가 나기 쉽고 정상적인 장 활동에 방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장내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장내에 자리 잡고 있던 유익한 균들이 죽고 유해균들이 증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