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블루시티/영어 위키백과 번역에 대한 단상

나무위키가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위키라면, 위키백과는 진지한 정보 전달을 위한, 백과사전과 같은 위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위키는 누구나 쉽게 좋은 문서를 작성할 수 있지만, 위키백과는 정말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된 문서를 작성하기 어렵다.

여러 언어판의 위키백과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영어판 위키백과이다. 전 세계에서 2,700만 명의 이용자가 참가하고 500만 개 이상의 문서를 거느리고 있는 영어판 위키백과는 집단 지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터넷에서 멋지게 실현시켰다.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급하게 찾아볼 내용이 있으면 영어 위키백과를 많이 참고하곤 했는데, 영어 위키백과는 거의 어느 문서를 읽더라도 정말 전문가가 썼다는 느낌이 확 온다. 출처로 달려있는 논문도 다 좋은 논문들이어서 논문 검색용으로도 요긴하게 썼다.

그에 비하여 한국어 위키백과의 실태는 암담하기만 하다. 한국어 위키백과와 영어 위키백과의 겉모습이 비슷하다보니 비전문가가 보기에는 두 사이트가 비슷한 정도의 전문성을 가진 사이트로 오해하기 쉬우나, 전문가가 보면 그 차이는 명백하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문제점으로 늘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인구 부족인데, 더 정확하게는 전문가 부족 문제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문서를 편집하는 사용자들 중 대부분이 제대로 된 학위를 받기는커녕 아직 중·고등학교 졸업도 미처 못 한 학생들이라는 점은 그 이유를 떠나서 사실 꽤 경악스러운 사실이다. 당연히 이는 한국어 위키백과의 질적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부족한 인력으로 전문적인 문서를 채워 넣기 위해 영어판 위키백과를 번역해오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어 위키백과 번역도 제대로만 하면 좋은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번역도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대학교에서 영어 원서를 어설프게 한국어로 번역한 교재로 공부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잘 알 것이다. 전문적인 글의 번역은 영어실력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된 배경지식을 갖추고 글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올바른 번역이 가능하다. 여기에 한국어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어 위키백과의 문서를 보면 온통 고등학교 영어 수준을 갖춘 사람이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엉터리로 번역해 놓은 문서들 투성이다. 비전문가는 어차피 내용을 못 알아들으니 좋은 번역문인지 나쁜 번역문인지 모르고 그냥 넘어가지만, 전문가가 느끼는 차이는 명백하다. 그래서 비전문가들은 ‘한국어 위키백과도 나름 객관적으로 잘 썼네? 괜찮은데?’ 하고 넘어가지만, 전문가가 한국어 위키백과를 보면 어이없는 오역에 그냥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