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블루시티/일베에 대한 단상

지극히 개인적인 일베에 대한 단상

(일단 나는 일베보다는 오유를 좋아한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오유를 하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맹목적인 일베 혐오가 너무 만연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오유인에게 일베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아마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민주화”를 이상한 용어로 사용해서
  • 명예훼손 사건이 자주 일어나서
  •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고인모독해서
  •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해서
  • 오유를 테러해서 (또는 오유를 비하해서)

물론 일베에서 한 저 행동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베의 본질은 유머사이트이다. 유머사이트의 가장 본질적인 목적은 심심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낱 유머사이트에서까지 반드시 도덕과 예의범절을 찾고 정의를 부르짖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해진 사회규범에서 아슬아슬하게 일탈하는 것이야말로 유머의 본질에 더 가깝다. 신분제가 뚜렷하던 조선시대에 양반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는 판소리가 인기를 끌고, 군사 독재 전후에 정치 풍자 코미디가 유행했던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일베도 이와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알라가 무엇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노무현을 욕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자 그 반동으로 노무현을 우스꽝스럽게 조롱하는 것 아닌가? 일베의 다른 내용들도 마찬가지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민주화, 애국심, 여성 등 사회적으로 성역화된 부분들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행동들을 시도하는 것이다. 심지어 선비라고 놀림 받는 오유에서도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색드립 정도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의 본질인 일상에서의 작은 일탈위법행위는 구분되어야 마땅하다. 일베에서 흔히 저지르고 있는 명예훼손이나 고인모독은 일탈의 정도를 넘어선 위법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일베가 폐쇄되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그건 당사자 간에 합의를 보든 처벌을 하든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사건이 일베에서 훨씬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논리는 뉴올리언스의 살인 사건 발생률이 높으니까 뉴올리언스라는 도시 자체를 폐쇄해 버려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살인범만 잡아서 처벌하면 그만인 것이다.

적어도 일베는 초등학생들이 드나들 만한 사이트가 아니다라는 주장에는 일베인과 오유인 모두가 동의하는 것 같다. 오유인이야 뭐 당연한 처사지만, 일베인들까지 이런 주장을 한다는 점은 사실 조금 놀랍다. 일베인들도 자라나는 꿈나무들까지는 해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이 그렇다. 어린이의 머릿속은 새하얀 백지장 같아서, 일베의 자극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재빨리 받아들인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머릿속은 MC무현★다이스키5.18은 폭동이야 따위의 내용으로 가득 찰 것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뛰어놀며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어린이들이 전라도 홍어 따위의 말을 중얼거리며 다닌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을 것이다. 제발 초등학생들은 집에서 엄마 말씀 잘 듣고, 특히 나중에 중·고등학교에서 국사시간에 졸지 말고 잘 공부하길 바란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 자신만의 생각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면, 삶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지루할 때에 가끔씩 일베에 들러서 기분전환 해라.